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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간과 문학] 겨울호에 신작에세이 <요술쟁이 베키씨> 발표

율리안나 2016. 12. 7. 10:36

요술쟁이 베키씨
장금식

그런데 말이여, 베키씨가 우리동네에 왔다카네. 베키? 베키? 뭐지. 우리말인가? 영어 Becky인가? 무쉰 외계어 같기도 해서,
“어디서 왔능기요?” 물어봤제. 물어보나마나 뻔할뻔자, 많이 들어본 동네네.
“무낙無樂 동네. 창피”라 카기도하고.
들어봐도 들어봐도 베키 이름이 좀 생뚱맞고 재미있기도 해서,
“당췌 당신 이름에 무슨 기픈 뜻이 있는기요?” 또 물어봤제.
“밸 뜻은 업꼬 내가 빼끼는 걸 원캉 좋아하다 보니 우리 아부지가 부쳐준 이름이라요.”
“그라마 이름이 밸라다고 사람들이 놀리던기요, 조타고 따라댕기던기요?”
“말마이소. 내가 떴다카마 당신가치 글 좀 쓰고자븐 사람때메 길을 갈수가 없따꼬요. 인기짱이라는 말이 나한테 딱 어울리는 소리 아인가베요.”
“조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낀데 그기 뭐요?”
“변신의 귀재라 캐샀테요. 머 요술쟁이 가튼 기술은 이 마당에서 둘째가람 서럽다요. 최고 글쟁이가 될라카마 날 따라해야 된다꼬요. 어딜가나 이놈의 인기하고는.” 듣고 본께 솔낏해서,
“나도 당신맹키로 글 잘 써가 이름한번 날리고 시픈데 한 수 가르쳐 줄랑기요?”
“남껄 자꾸 일는기 중요하고, 똑가치 써보고, 외우고 하다보마 조은 말이 머리에 쏙쏙 기드러 온다 아인기요. 멋 떨어지는 단어 찬는다꼬 면날며칠 방구석에 트러바키가 시집도 일꼬 소설도 보마 가심팍을 탁 때리는 말이 있딴말임니더.”
“그기 다요?”
“머라카요. 특밸난 기술, 위장술로 마무리 하는기지요.”
기억이 중요한데 꼭 그것만 잘한다꼬 빼끼는거 잘하는 건 아이라 카네. 위장술이라는 교묘한 기술도 있어야 이 바닥에서 일등한다카미 막 부추키기라도 하듯이, 자랑하듯이 말한께 염팡 사기꾼가태가꼬 가찹게 지낼라카다 고마 베키씨를 피해야겠다 이 생각이 드는구마. 마치 균을 옮기는 바이러스가테가 얼릉 띠내삐리고도 싶꼬.
그기 월매나 위험한긴지도 모리고 계속 부터있다가 재수업시 한번 올므마 죽을수도 있는기라. 클난다칸. 남꺼 빼끼는거는 영혼을 훔치는기나 마찬가진데 물건 훔치는거보다 더 큰 도둑이라꼬. 베키씨도 그라마 그러치 알고본께 도둑놈이구마. 나도 까딱 잘못하마 도둑놈 될뿐했다 아이가. 아이구 끔찍시러버래이. 내 생애 도둑놈이 머꼬. 물건 훔치마 쇠고랑 차는데 베키씨는 멀로 벌바들까. 영혼을 절도했다? 도덕적인 죄? 무쉰처벌이 있을까 그것도 솔차니 궁금하네그려. 아직까정 들이댈 잣대가 업다칸께 기절초풍할 일 아이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중요하고도 중요한데 말이여. 그 틈을 타가 베키씨는 글쟁이들을 자꾸 유혹하는기라. 그라다가도 우얄땐 말도 횡설수설, 베키씨!
자기를 요술쟁이라고 불러줄 땐 조은데 그래도 시상에는 자기를 감시하는 눈도 만코 자기를 잡으러 댕기는 사람도 월매나 만은지 도둑놈맹키로 숨고다녀도 언젠가는 들킨다꼬 말도하네 그려. 들킬까바 가심이 조마조마하고 오늘 잡힐지 내일 잡힐지 수십 년 후에 잡힐지 몰라 기냥 돌아댕기도 쇠창살에 무낀기나 마찬가지라꼬도. 그라고 잡히는데는 죽는거맹키로 순서가 따로 업고 예고업시 마구재비로 잡는다카네. 자기만 아이고 자기에게 한량업시 은혜를 베푸는 공범자들, 일명 유명한 출판사 잡아내는데도 귀신이라카민서 자기 경험을 말하는데도 부끄럽지 않게 막 해대는구마.
“아따. 수십 년도 더 댔는데 그때 고마 외국사람 누구껄 빼낐띠마 그기 재수업서가 요새 잡힜는기라. 옛날에는 오리발 내밀고 딱 잡아띠는기 통해가꼬 수필카마 내가 최고였는데 아이고 요즘은 시상에 인터넷이라는 돋보기 순사 땜시 억수로 쩔쩔매다가 고마 ‘내 기억을 나도 못 믿을 나이가 댓다’고 얼버무리따가 몰매 마즐뻔했다칸. 말해놓코본께 내가 봐도 유체이탈 화법을 쓰가꼬 쬐께 찔끔했다 아이가. 인자 부끄러버가 이 짓도 못 해먹을 판이라 우야꼬십네.”
듣고 본 시커먼 속이 밍경처럼 환한 보이는데 그래도 자꾸 베키씨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기라. 인간이 그 머꼬 이중성이라는거 안 있나. 하마 안 되는 줄 알민서도 해보고 시픈거. 사꾸라 글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잘 쓰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겠다 이 말씀이요. 각중에 고마 내가 멋뜨러지게 표절 한 번 해가꼬 베키씨도 제압하고 시끄러번 시상을 한방에 훅 가라 안치고 시픈 마음이 꿀뚝갔네 그려. 나도 함 해보고 말자 이 씸뽀가 발동해뿌리네 .엣따, 모리겠다.

‘표절 씨와 공범자들 마카 다 온전치 못한 영혼의 소유자 아이가. 갸들의 밤은 양심이고 뭐꼬 새빨간 거짓말로 억수로 격렬했다카네. 한 쪽은 출판사에서 돌아와 원고지에 파묻힌 표절 씨의 얼굴을 보다가도 뭔가 짠한 맘이 있었던지 빨리 끝내뿌리라고 표절 씨를 자빠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이라 카구먼. 표절한지 수십 년 뒤 표절 씨는 이제 고마 표절의 짜릿함을 아는 몸이 되뿌릿따칸. 표절 씨의 회심의 미소 속에 욕망은 더 큰 욕망으로 풍요롭게 배어 들어뿌릿네. 그 풍요로움은 표절을 하는 표절 씨의 욕망 속으로 걸적지근하게 기름끼가 스며들어 이젠 표절 씨가 표절을 하는 기 아이라 욕망이 표절 씨에게 빨려온 듯하다칸. 표절 씨의 변화를 억수로 기뻐 날뛴 건 보나마나 공범자들 아이겠나.’

원고에 마침표 찍고 잘라 칸 마음이 얄궂꼬 와이래 잠이 안 올꼬. 원래 내가 한때 시상을 시끄럽게 한 그 사람을 비난하자꼬 이 글을 쓴기 아인데. 우리 마음 안에도 조금씩 그런 본성이 있은께 글쟁이들 모두 한번 자신을 돌아보자 이 말씀인기라. 그라고 또 요새 ‘자기표절’도 유행인지 한 잡지의 신작코너에 실은 작품을 다른 잡지의 신작코너에 싣는 이런 사람도 타인표절만큼 작가의식이 택도 없이 모자란기라. 영혼을 훔친기나 양심을 팔은기나 뭔 차이가 있겠나 이 말이여. 그기 월매나 무서번지 알자 이 말씀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