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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바다문학상 본상 수상작

제20회 바다문학상 본상 수상작 바다, 어두워짐과 밝아짐 사이장금식 응봉산 정상에 올랐다. 오른쪽엔 화진포 바다, 왼쪽으로는 화진포 호수 두 개가 서로 엎드려 있다. 산과 바다, 호수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일몰에 젖은 아랫마을은 넋을 잃게 하고 나그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차도에는 어느새 가로등이 제 몸을 밝힌다. 빛에 안도하지만 배는 고프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육체의 고통은 영혼의 정화라고 했건만 의식은 자꾸 안갯속을 헤맨다. 간신히 정신의 끈을 잡으며 1시간 반 정도 더 걸으니 거진항이다. 18km, 6시간 홀로 걷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저 멀리 비친 희미한 불빛이 칠흑 같은 바다에 스며들자 해수면엔 윤슬이 반짝인다. 여러 색으로 서 있던 등대 탑은 어둠에 가려 낮의 자취를 감춘다. 가물거리는 불..

나의 수필 2026.07.02

2026년 <<계간수필>> 여름호에 신작 <그 골목엔 시간이 산다> 발표

그 골목엔 시간이 산다장금식 골목길이다. 옛날의 그 벽과 좁은 길이 맞나 싶다. 같은 골목, 같은 담벼락이나 그땐 왜 그리도 돌담 벽이 거칠게만 느껴졌을까. 바닥도 평평한데 기울어진 느낌과 왜 그렇게 깊이 시름 했을까. 다시 같은 길을 밟으며 몸과 마음의 결을 가다듬는다. 촘촘하게 이어진 골목을 찬찬히 살핀다. 길 위에 그리고 켜켜이 쌓인 시간 위에 나를 얹어본다. 벽의 색이 조금 바랬다. 여러 간판과 식당 이름도 바뀌었으나 여전히 건물의 원형은 변함없다. 내 안에 끈끈하고 축축한 기억들이 눌어붙어 있어도, 오늘의 한두 개 통증이 지금 이곳에 스며들어도 끝내 시간은 흩어지지 않는다. 늘 이른 새벽 기도드리러 갔던 생 페르디낭 성당에서 아흐마이유 거리Rue d’Armaille를 따라 개선문까지 걸어간다...

나의 수필 2026.05.30

2026년 제3회 '고동주문학상' 본상 수상작

어떤 누수에 대하여장금식 수도요금 폭탄을 맞았다. 이유인즉 누수일 거라고 한다. 땅 밑 보이지 않는 물길 찾기가 힘들고 물 새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난관에 부딪혔다. 바닥에 귀를 수없이 바짝 붙여도 속수무책이다. 야금야금 젖어드는 땅 밑 세계를 읽어낼 방도가 없다. 겨우내 대형참사를 불러온 주범은 마모된 배관이다. 동네를 수소문해 누수 탐지 전문가를 찾았다. 탐지기를 들고 전문가 한 분이 오셨다. 실내에선 새는 곳이 없고 마당이 문제라며 한나절 이상 탐지기를 이리저리 이동하고 있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계량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계속 비용이 줄줄 새니 초조한 감정이 나를 소모전으로 몰기 시작한다. 그때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 마음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데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응답..

나의 수필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