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걸기
장금식
동네 아이들이 공원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한다. 방울들은 나뭇가지 사이, 가로등 위, 숲 속 도서관 옆에서 춤을 춘다. 점점 높이 올라간다. 파란 하늘도화지에 물방울을 그린다. 구슬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아이들, 그 묘기가 신기한 듯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도 눈을 떼지 못한다. 동네 공원의 정경이다. 아이들을 보며 딸아이의 유년 놀이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비눗방울 놀이를 한다. 대롱에 거품 액을 묻혀 후후~ 분다. 높이 날아가는 방울을 잡으려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넘어지고, 다시 불고, 또 풀쩍 뛰고. 손에 살짝 닿기만 해도 사라지는 방울이 신기한 듯, 아쉬운 듯 마냥 즐거워하던 딸아이. 몽글몽글 꿈속으로 이어질 것 같은 설렘을 가지지 않던가. 덩달아 기뻐하며 동심에 젖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나는 유리병에 비눗방울을 담고 싶다.
생각에 잠긴 사이 어느덧 공원은 한산하다. 내 옆, 공원 벤치에 앉은 두 여인도 비눗방울을 보고 있다. 그들의 대화가 숲 너울을 타고 넘어온다. 뜻하지 않게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넌, 참 좋겠다. 정원이 아름다운, 큰 집이 있잖니. 너희 집이 부러워.”
“난, 너희 외제차가 부럽던데. 전원생활이라 갇혀 사는데 좋기는 뭐가 좋냐.”
두 여인의 대화를 들으며 동심을 헤매던 나는 느닷없이 수직으로 땅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비대칭의 사물을 보듯 시야도 마음도 동심에서 아득하다. 어른들 이야기에는 귀를 막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만 붙들고 싶다. 누구의 비눗방울이 더 큰지, 더 높이 올라가는지 관계없이 아이들은 그저 순수한 재미에 빠져드는데…, 어른들은 어느덧 비교의 세계로 접어들었는가. 집, 자동차, 옷, 물건들로도 모자라 자식까지 비교의 대상으로 목청을 돋운다. 뛰는 놈과 나는 놈이 경쟁 하듯 ‘너는 어떻고, 나는 이래’를 연발하는 여인들.
새하얀 운동화의 추억이 멀어질 즈음, 나 역시 ‘비교’라는 욕망의 늪에 갇혀 허우적대며 스쳐갔던 생각들이라 비난할 처지가 못 된다. 한때, 나도 이런 대화에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지 않았나. 춤추던 비눗방울은 투명성을 잃고 까칠한 지상의 놀이로 만들어 아무렇지 않게 즐기면서 말이다. 때 묻고 욕심서린 것조차 모르는 탁한 마음으로. 내 것과 네 것을 비교하고 저울질하며.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인간!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비교의식에 사로잡혀 남의 시선에 의존한 삶, ‘내가 보는 나’ 대신에 ‘타인이 보는 나’로 사는 것, 주인의식을 통째로 남에게 내어주기. 주체성 상실에서 오는 이 모든 것이 불행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신이 인간을 창조 할 때, 눈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모든 불행은 본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소리와 촉감만으로 느낌을 말하면 인간세상은 훨씬 더 순수할 텐데. 아예 ‘비교’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아보자. 감는다고 뭐가 다를까. 형상 대신에 들리는 소리 역시 번잡하다. 공원의 두 여인도 물질적 잣대로는 가질 것 다 가졌지만 불행한 목소리였다.
결국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음을 알면서도 ‘비교’라는 헛된 근성을 좇아 욕망의 옷자락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어른이 된 내가 마치 어른들의 시소게임을 엿본 것 같아 씁쓸하다.
나 역시 사람인지라 피곤한 시소게임에 끼어들지 않으리라고 다짐과 각오를 해도 마음은 자꾸 흔들린다. 얼마 전에도 나의 집과 친구 집을 비교하며 속을 끓인 적도 있지 않았는가. 삶의 바다에서 아직도 비교놀이로 많이 허우적거리고 있나보다. 물질의 덫에 가려 순수한 시야를 흐리게 하는 일을 예서 끝내고 싶은데.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비눗방울 물결을 보며 환히 웃기만 해도 되던 시절, 생에 대한 염려나 큰 고민이 필요 없던 시절, 욕망의 허망함을 미리 알 필요가 없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순 없을까.
높이 올라가면 내려오기 힘들고 멀리 가면 돌아오기 힘들다. 이제 내 안에는 뛰는 놈도 나는 놈도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마법을 단단히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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