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2017년 [수필미학] 겨울호 -여세주 평론가의 <프로방스의 태양이 필요해> 작품론

율리안나 2017. 12. 29. 20:19

지적 사유와 상상력을 통한 세계 인식

-장금식의 《프로방스의 태양이 필요해》

 

여세주

essaytown@daum.net

 

 

1. 인식 과정으로서의 수필 쓰기

 

수필은 일반적으로 대상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을 드러내는 글쓰기이다. 세계를 지각하고 그것에 개념을 적용해 나가는 과정을 모두 언어화하는 글쓰기가 수필인 것이다. 세계는 감각을 통해 지각되고, 감각은 지각을 통해 인식이 이루어진다. 칸트는 무수한 감각을 목적에 따라 시간과 공간 속에 배열함으로서 지각이 된다고 하였다. 그렇듯이 수많은 지각을 목적에 따라 취사선택하고 상호관련성에 따라 의미론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개념화다. 개념화의 결과가 인식이다. 대상 세계에 대한 감각을 지각으로, 지각을 개념으로 가다듬어 가는 것이 인식의 과정이다.

장금식의 두 번째 수필집 《프로방스의 태양이 필요해》(나무향, 2017)에 엮어놓은 작품들은 세계 인식 과정으로서의 수필 쓰기라는 원리에 비추어 볼 때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작가의 세계 인식의 과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작가의 수필 창작 방법이면서 수필 창작의 원리로 일반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금식의 두 번째 수필집을 읽으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지각하고 있는가? 지각들의 의미론적 연관성을 구축하여 개념화하는 데에 동원되는 사유 또는 상상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의 해답을 찾아나서는 일은 작가의 수필 쓰기가 수필 창작 원리로 일반화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의의를 지닐 것이다.

 

 

2.이항대립적 세계의 인식

 

수필가 장금식은 세계를 곧잘 이항대립적으로 지각한다. 이항대립적 관계 속에서 그 구성 요소들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를 지각함으로써 세계에 대한 인식에 보다 분명히 다가서려 하는 것이다. 상호간의 대립 관계를 통해 실체를 인식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러한 인식 구조는 작품의 서술 형태를 결정하기도 한다.

<맹그로브>는 랑카위섬 지질공원 안에 있는 맹그로브 숲을 매개로 삼아 인간의 실체를 유추해내어 인식하고자 한 수필이다. 맹그로브의 뿌리를 보며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이라는 이항대립적 속성을 주목한다. 사람들은 맹그로브처럼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는 것에 더 익숙하다는 인식에 이르는 것이다. 맹그로브와 사람들의 차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더욱 쉽게 인식한다. 맹그로브가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지각할 수 있었기에 인간의 본질을 인식하는 데에 쉽사리 이를 수 있었다. 자연물과의 대립적 차이를 지각함으로써 인간의 일반적 속성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솔밭을 걷다>도 <맹그로브>와 동일한 인식 구조를 지니고 있다. 숲은 무한정 주기만 하는 존재인데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는 이항대립적 사유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인식하는 데 이른다. 을이 있으면 갑이 있고, 갑이 있기에 을이 존재한다. 작가는 갑과 을이라는 이항대립이 자아의 내면에도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갑으로 행세할 때도 있고 을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여 사람들은 대개 자신을 솔직하게 나타내기보다는 감추는 것에 더 익숙해지며 맹그로브처럼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를 감출수록 마음이 허함을 잘 알지만 드러내기가 두려워서 자꾸 숨기고 포장하고 싶을 때가 많다. 멀리 외딴곳에다 참된 마음을 두고 솔직함과는 거리가 먼 위선과 망상으로 그동안 맹그로브가 내뿜는 것과 같은 삶의 산소를 꺼려하며 살아오고 있지는 않았는지.

-<맹그로브>에서

 

존재론적 차원에서 보면, 이항대립적 요소는 항상 공존한다. 세계는 대립으로 존재하고 대립을 본질적인 속성으로 삼는다. 대립적 총체가 모든 사물의 존재 원리인 것이다. 이러한 존재론적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그 본질을 인식할 수 있다. 장금식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물의 존재를 대립적 총체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작품의 핵심적인 사유 구조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사물을 이항대립적으로 바라보고 인식하고 있는 작가의 지각 방식이 곳곳에 보이기 때문이다. <노트르담의 종소리>에서는 노트르담 성당을 천국과 지옥, 냉탕과 온탕이 공존하는 사원이라고 지각한다. 이 작품에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가 함축하고 있는 진실을 대립적인 인물 관계를 통해 이해하고 있는 것도 소설 이해의 일반적인 방법론 이전에 세계를 이항대립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에 기인한다. <유리 상자 탈출기>에서 객관적 상관물인 강아지의 존재를 지각하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외양이 부족하면 영혼이 맑고, 마음이 착하면 겉모습이 모자랄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작품의 저변에 깔려 있다. <꽃 같은 남자, 나무 같은 여자>도 이항대립적 시각에서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고자 하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3. 지식 동원을 통한 사유 확장

 

《프로방스의 태양이 필요해》에는 기행수필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 많다. 제1부의 작품들이 모두 이 양식에 해당한다. 기행수필은 일반적으로 여정에 따라 여행지의 풍경을 자세히 그리고 그때그때의 감상을 드러냄으로써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상을 공유하는 글쓰기이다. 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에는 상세한 일정에 따라 여행지의 이색적인 풍물에 대한 친절한 소개를 필수요건으로 삼았다. 여행이 보편화되고 디지털 영상 촬영이 손쉬워진 시대에는 여행지의 풍물을 재현해 내는 다큐멘터리식의 기행수필은 의미가 없다. 여행안내서나 웹사이트 블로그에 올려놓은 영상물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여행지의 정보를 더 생생하게 보고 듣고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부한 형태의 기행수필을 뛰어넘어 새로운 방식의 기행수필을 개척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금식의 기행수필은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 그의 기행수필은 이색적인 풍물을 나열하면서 그때그때의 감상을 늘어놓지 않는다. 수많은 것들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지각하고 개념화 한다. 과감히 생략하고 절제하여 초점화 하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포착된 대상을 지각하고 삶의 진실을 인식해 나가는 사유 과정을 보여준다. 인식의 과정에는 직관적 감성보다는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한다. 이것이 장금식의 기행수필이 지닌 특성이며 가치이다.

표제작인 <프로방스의 태양이 필요해>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지식이 동원된다. 파리 생활에 지친 세잔의 말이다. 이 작품에서는 발길이 닿는 곳마다 도시의 풍경을 그려내되, 제재로 삼은 것은 ‘분수’와 ‘세잔’이다. 이에 따라 작품을 ‘분수의 도시’와 ‘세잔의 마을’이라는 작은 제목으로 다시 나누었다. 공간적 동일성에 의해 하나로 묶여져 있을 뿐, 두 편의 수필이라 해도 무방하다.

‘분수의 도시’에서는 여러 개의 분수를 관찰하면서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인상을 의미화 한다. 솟구치는 물보라가 곡선을 그리다가 순식간에 아래로 흩어져 내리는 로통드 분수에서는 씻김굿 같은 춤을 상상하는가 하면, 더덩실 춤을 추다가 몸을 한껏 내려놓는 모습에서 상승과 하강이라는 인생의 원리를 떠올린다. 바위덩어리에 초록 이끼가 덮인 분수에서는 무생명과 생명의 조화, 건조한 세상을 적시는 생명의 꿈틀거림을 통찰한다. 성 소뵈르 성당보다 더 높이 쌓은 탑 모양의 분수에서는 정화된 삶을, 그 아래에서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세례를 받는 듯한 모습을 상상한다. 이 외에도 그로테스크한 조각상, 촛대, 네모, 다각형, 3단 케이크 등, 다양한 형태의 분수들에서 그 집약적 의미를 지각하고 자아를 성찰하기에 이른다.

 

분수는 자연을 향한 갈망이요, 풍요의 상징이다. 자유를 향한 분출이요, 만상에 생기를 주는 존재다. 나도 물꽃을 피울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프로방스의 태양이 필요해>에서

 

‘세잔의 마을’에서는 세잔의 동상, C라는 이니셜, 아틀리에, 세잔이 드나들던 카페 등 도시의 랜드마크를 열거하지만 그들의 풍경을 그려내지는 않는다. 세잔이 사과 그림을 특별히 많이 그렸던 사연과, 말년에 주로 그렸다는 빅트와르 산에 관한 그림을 이야기한다. 세잔의 그림에 대한 지식을 풀어놓으면서 예술을 향한 세잔의 외로움을 공감한다. 도시 풍경에 대한 정서적 감응보다는 지적 사유를 펼쳐내고 있다. 작품의 말미에 이 작품을 쓰기 위해 확보한 배경지식의 출처인 참고문헌을 밝혀놓은 것은 ‘인식 과정으로서의 수필 쓰기’를 낱낱이 드러내 보여주는 독특한 배려이다.

참고문헌을 두 권이나 달아놓은 작품으로 <그 노파가 될 수 있을까>도 주목해 볼 만하다. 이 작품은 샤를 보들레르와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와르와 사무엘 베케트, 모파상과 이오네스코 등 많은 문인들이 잠들어 있는 ‘몽 파르나스 묘지’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철학적 사유를 펼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인식하려는 수필이다. ‘죽은 자들의 안식처’이면서 ‘명상에 잠기는 공원’,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유하는 휴식처’로 불리는 묘지에서 프랑스인들의 의식을 읽는다. 장례 장면을 지켜보며, 알베르 카뮈의 <안과 겉>에 나오는 노파의 행동을 이해하고 생사관에 관한 사유를 펼쳐낸다. 나아가서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까지 끌어들여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키고 있다. 묘지 문화나 죽음의 철학에 대한 지식을 사유의 기제로 삼았다.

<사쿤탈라에서 니오비드까지>와 <자유의 여신, 마리안>도 수필 창작의 배경지식을 얻은 참고문헌을 달아놓은 작품이다. 로댕 박물관에 대한 여행기라 할 <사쿤탈라에서 니오비드까지>의 경우에는 미술평론에 가까울 만큼 로댕의 연인이었던 카미유의 조각예술을 파고든다. 지식을 함양하지 않고는 아무나 쓸 수 없는 수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적 탐구는 <자유의 여신, 마리안>에서도 나타난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의 가치와 정신을 상징하는 마리안 여신상은 관공서나 법원 등 프랑스 도처에서, 그리고 동전이나 우표 등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레퓌블리크 광장을 지키고 있는 마리안, 루브르 박물관의 마리안, 센강변에 자리한 자유의 여신상을 작품에 담았다. 이들 마리안 여인상을 통해 파리의 IS 테러와 종교적 갈등, 프랑스 혁명 정신과 한국의 민주주의 등으로 작가의 지적 사유를 펼쳐나간다. 그러다가 마리안 여신상에 ‘화해’라는 의미를 담은 또 하나의 여신상을 세우고 싶다는 갈망으로 주제를 집약시키고 있다. <노트르담의 종소리>에서는 노트르담 성당에 들러 성당의 건축학적 특징이나 이 성당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 등은 과감히 생략한 채, 이 성당을 배경으로 삼은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에 등장하는 인물 관계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인간의 욕망을 주제의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의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유를 확장시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금식은 수필문학의 서정적 권위를 외면한다. 사물에 대한 정서적 감응을 통해 대상과의 자기동일성을 지향하는 수필 쓰기를 하지 않는다. 그에게 문제되는 것은 서정적 감성이 아니라 지적 사유이다. 그리하여 직관의 순간보다 논리의 전개에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을 더 많이 투자한다. 특히 그의 기행수필에서는 이국적 정취를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라 지적 탐색을 일궈가는 여행을 독자들로 하여금 추체험케 한다. 이와 같이 지적 사유를 깊이 있게 구현해 내는 방식의 글쓰기가 장금식의 수필이 지닌 미덕이다.

 

 

4. 상상력을 발휘하는 힘

 

상상은 사유와 다르다. 사유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사하는 것이라면, 상상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수필을 창작하는 데에는 사유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상상력도 요구된다. 기억의 재생에도 상상의 행위가 필요하다. 허구적 상상은 수필에서 배제되어야 하나, 실재적 상상은 수필의 규율에 속한다. 상상을 통해서 있을 법한 허구를 창조해 낼 수도 있으나 지금 이곳에 없어서 직접 경험할 수는 없지만 저곳에 있을 실재를 그려낼 수도 있다. 따라서 상상력은 사실과 허구 모두를 매개한다. 상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실로 착각하는 망상이나 환각과 구별된다. 허구와 동일시해서도 안 된다.

상상력이란 머릿속에 그리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떠올려 어떤 영상을 만들어 내거나 경험을 초월한 또 따른 세계를 만드는 정신적 능력이다. 상상력은 예술 활동에서 창조적 기능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상상력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대상 세계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해 내는 정신작용이다.

수필가 장금식은 지적 사고력만큼이나 문학적 상상력에서도 작가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사투리를 자연스럽고 구수하며 맛깔나게 구현하고 있는 독백체 수필 <구렁이 꿈>은 작가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작품이다. 구렁이 꿈을 꾸고 해몽에 따라 복권을 사는 과정과, 복권이 당첨될 경우를 가정한 상상을 매우 실감나게 펼쳐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화자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성과도 얻었다. 가난한 소시민의 꿈과 희망을 흥미롭게 표현해 낸 명작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유리 상자 탈출기>에서도 제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한다. 애견센터 쇼윈도에 갇혀 있는 강아지를 화자로 내세운 대화체 수필이다. 강아지가 자신의 체험을 전달하는 방식의 수필인 셈이다. 강아지를 의인화하고 그 내면세계에 작가의 자아를 투사시키되, 강아지의 목소리로 강아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바라보고 인간의 가치 판단 기준을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어떤 친구는 눈이 아주 예뻐서 새 주인을 찾았고 또 다른 친구는 털이 유달리 길고 멋있어서 유리 상자에서 빠져나갔어요. 나와 함께 남은 친구들은 별로 개성이 없고 매력도 없어 이 좁은 공간을 아직도 지키고 있답니다. 잘생긴 순서대로 새 주인을 만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해요. 왜 사람들은 겉모습만 중시할까요.

……(중략)……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참아야겠지요. 그 고통을 참으면 값진 결과가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낙원을 꿈꾸게 하거든요. 기다리면서 서서히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려고요. 누군가 말하데요. 고통과 슬픔을 잊으려면 그것을 즐기라고. 참 위안이 되는 말이에요.

-<유리 상자 탈출기> 중에서

 

타자의 입장에서 타자의 목소리로 감정적인 거리를 두고 인간 존재를 바라봄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수필가 장금식이 어떻게 하면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인식에 이를 수 있는가에 골몰한 성과물이 이러한 실험적 글쓰기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실험적 글쓰기는 대상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면서,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강아지의 시각으로 자아를, 나아가서는 인간 존재를 보다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수필 쓰기의 일반화된 원리

 

수필 쓰기는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을 모두 기술하는 글쓰기라고 했다. 수필가는 감각기관을 통해 축적되어 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선택하고 연결하여 경험을 지각해 내고, 지각된 경험을 개념화 내지 의미화 함으로써 세계의 진실을 인식하는 데에 이른다. 이러한 전 과정을 언어로 표현해 내는 것이 일반적인 수필의 서술양식이다. 감각과 지각을 거쳐 인식에 이르는 과정에는 작가의 상상과 사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상하고 사유하는 힘이 작품의 질적 수준을 결정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장금식은, 작가로서의 상상력이 풍부하고 사유 또한 두텁다. 그러한 작가적 역량은 모두 많은 지식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직관적 서정보다는 논리적 지식을 동원하여 세계를 인식하려는 방식이 그의 수필 세계 전반에 효율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글쓰기가 장금식의 수필 창작의 방법이면서 특징이다.

상상이 풍부하고 사유가 깊다고 해서 문학적 수준을 높이고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제된 상상과 사유를 긴밀하게 펼쳐내어 작품의 미학적 정합성을 갖추고 의미론적 체계성을 구축하는 것도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역량에 해당한다.

-《수필미학》 18호

 

 

여세주

문학평론가, (전)경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현 《수필미학》 발행인. 저서 《새롭게 쓴 수필창작론》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