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금식 작가의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
-기표와 기의로 본 프랑스 문학과 작가의 삶
오서윤(오정순)
1. 에세이 같은 리뷰, 평론 같은 리뷰
장금식 작가는『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의 정체성을 '에세이 같은 리뷰, 평론 같은 리뷰'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방향을 제시할 뿐 아니라 작가의 주관과 소신이 드러난 이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론은 작품의 의미와 가치, 세계관 등을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비평하는 장르이다. 이에 비해 에세이는 체험을 통해 인생을 발견하고 그 사유를 펼치는 장르이다. 이 두 이질적인 분야를 운용하여 표제의 ‘문학’과 ‘풍경’에 귀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과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왜 프랑스 문학이며, 그 소설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소설의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작가 자신의 삶과 교감하여 감동을 이끌어내는가. 셋째, 리뷰의 리뷰인 이 글은 작가의 관점과 전략을 분석하여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공감대의 근거와 타당성을 따져봄이 마땅하다.
2. 보고, 사유하고, 감성이 말을 걸다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는 1부에서『목로주점』『좁은 문』『에피쿠로스의 정원』『방드르디, 야생의 삶』등 8작품, 2부에서『슬픔이여 안녕』『여자의 일생』『7년 후』등 6작품, 3부에는 랭보, 고흐, 모네와 예술가의 성지인 옹플뢰르를 방문해서 느낀 감상 4편 등 고전에서 현대물에 이르는 소설과 예술가에 대한 리뷰를 싣고 있다.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는 장금식 작가가 소설의 배경지와 저자의 고향을 직접 방문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로드 에세이와 노마드, 이 두 개념을 하나의 사유 안에 놓고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장 작가가 파리 소르본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과정을 마쳤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프랑스 문학을 향한 작가의 열정과 견고한 학문적 배경을 말해 주고 있다. 또한 본문 서술 내용과 분위기에 맞게 적절하게 배치된 사진들은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작가의 감수성과 소회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더하고 있다.
장금식 작가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노동자들과 하층민의 삶을 대변한 민중소설’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노동자로서의 ‘민중’이라는 말이 피지배 계급이 아닌 사회의 주역, 역사의 주인으로서의 ‘민중’으로 거듭나게 시민정신이 활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라고 자신의 견해로 결말을 맺음으로 작품을 선정한 이유와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강조한다. 한 편을 더 소개하자면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고리오 영감』에 대해서는 ‘타락한 사회, 버려진 아버지의 초상’이라고 명징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한다. 『고리오 영감』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무분별하고 무조건적인 집착을 지적하며 타락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장금식 작가가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에서 선정한 작품들의 주제와 배경은 프랑스 문학만의 특별하면서도 고유한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종교의 권위를 벗어나 이성이 싹튼 계몽주의와 1789년, 귀족과 민중 간의 투쟁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혁명정신이 작품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기저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혁명과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개인의 주체적 존재성을 다루는 실존주의 철학의 등장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와 세계에 대해 깊이 천착하는 계기가 된다.
장금식 작가가 선정한 작품들의 저자들은 1799년 출생한 오노레 드 발자크부터 1975년생인 기욤 뮈소에 이르기까지 135년의 시간차가 있다. 괴테는 지난 삼천 년의 세월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깨달음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리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각 작품의 저자들은 인류와 역사의 정의를 제대로 파악하고 기존의 질서와 규범을 뛰어넘는 열린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적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전의 위대함은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소설은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현실을 이야기하며, 그 메시지가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소설은 상상력 또는 사실에 기반을 둔 창작물이지만 핍진성, 즉 신뢰할 만한 개연성과 현실성을 요구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삶 속에서 시대적 책무와 역사를 현재로 끌어오므로 ‘적어도 반복되는 사실은 무엇인가를 의미한다’는 롤랑 바르트의 주장을 돌아보게 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처한 시대적 배경과 상황은 다르지만 사랑, 꿈, 아픔과 갈등, 결핍과 소외, 고독은 현대에도 되풀이하고 있다. 명작이 추구하는 가치는 인간의 양심을 지키며 선과 정의를 실현하고, 폭력, 편견, 고정관념, 부당함을 타파할 수 있으므로 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3. 외부에서 내부로,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은 것으로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병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통하여 기표와 기의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사회현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설명한다. 행복하게 미소 짓는 병사를 기표로 해서 프랑스와 전쟁에서 패배한 알제리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실, 즉 기의를 폭로한다. 병사의 미소 배후에는 식민지 백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사회적, 정치적 탄압과 희생이 숨어 있다. 마찬가지로 장금식 작가도 주제나 시대적 배경이 되는 가시적인 기표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눈물과 웃음 속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는 진실이라는 기의를 가시화한다. 궁극적으로 장 작가는 “존재론적 탐구”의 메시지를 포착하여 부당한 시대를 고발하는 것이다.
장금식 작가는 인간의 존엄과 존재의 본질에 중점을 두고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심리를 읽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작가는 폭력과 가혹한 운명을 비판 의식 없이 받아들이는『목로주점』의 여주인공 제르베즈나 『여자의 일생』의 잔느, 금욕주의 종교적 신념에 얽매여 불행한 선택을 하는 『좁은 문』의 알리사와 제롬, 이들 모두가 사로잡혀 있는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직시한다. 동시에 진실을 은폐하며 차별을 강요하고 종교의 힘을 빌려 억압하며 물질만물주의를 쫓는 자들의 이기심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사회적으로 연약한 존재들이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의 횡포에 맞서는 태도 또한 존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하나의 메시지이다. 때로 무기력하게 좌절하고, 때로 저항하며, 또 죽음으로 자기 항거의 방식을 보여준다.
4. 삶과 사랑이 말을 걸다
장금식 작가는 기욤 뮈소의 『7년 후』를 “소설 전반에 깔린 ‘사랑, 용서, 화해’라는 소재, 독자를 흔드는 감성, 힘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전체적으로『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의 화두가 삶과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그 사랑을 소통하고 공감하고 화해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작가가 구현하는 사랑의 화법은 성별과 국적, 나이와 상관없이 현대를 사는 모두에게 적실성과 시의성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에 실린 작품들은 고등학교 필독서이다. 삶의 모순과 괴리에 진정성과 보편타당성을 가진 가장 명쾌하면서 논리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방인, 삶과 사랑, 고서적, 센 강, 뒷골목, 카페, 햇살, 바다 등은『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가 써 내려가는 풍경이다. 장금식 작가는 이들과 동행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리고『황금 물고기』에서 “인간의 바다, 도시의 숲 풍경이다.”, 『방드르디, 야생의 삶』에서 “신은 자연을 만들고, 자연은 길을 만들고 길은 나를 만든다.”에서 볼 수 있듯 돋보이는 시적 감수성과 감각적인 표현으로 풍경을 완성한다.
『프랑스, 문학과 풍경이 말을 걸다』는 평론과 에세이라는 두 장르를 접목시켜 문학의 경계를 확장했다는 의의가 있다. 평소 독자와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장금식 작가의 생각을 확고하게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주의의 고전이라 불리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고리오 영감』부터 현대 소설인 기욤 뮈소의 『7년 후』까지 전 세대를 포용하는 세계관은 높은 가독성과 함께 사유의 변주를 통하여 인간과 세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나는 내 글의 푸른 주소이고 싶다.”라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장금식 작가의 문학과 풍경은 언제나 푸르다.
본명 오정순. 대구 출생, 천강문학상 시 부문 대상(2011년),
《전북도민일보》단편소설(2011년)신춘문예,《경남신문》시(2014년) 신춘문예,《서울신문》시조(2020년) 신춘문예, 목포문학상 시 부문 수상(2021 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시 부문 수혜(2020년), 시집『체면』
현 선수필 편집장, 강남 논현복지관 시 창작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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