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

2016년 [현대수필] 여름호- 신작 아포리즘 수필 <믿거나 말거나>발표

율리안나 2016. 6. 14. 10:49

믿거나 말거나
장금식
(julienna@hanmail.net)

은행에 돈을 많이 맡길수록 이자는커녕 보관료를 내야 되는 마이너스 금리가 도마에 오른다. 헉, 이런! 예금할 돈이 없으니 뭐, 그 참,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땅 잘못 산 사촌을 보는 심정이랄까. 그것도 잠시, 알고 보니 그건 세계의 큰 은행들 문제이지 부자들이 이자를 못 받는 건 아니라나. 에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배가 다시 살살 아파오네.
경제를 잘 모르지만 돈의 흐름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돈이 고혈압에 걸릴 만큼 무소불위의 소비량이 있었나, 어느 누가 신사임당과 벤자민 플랭클린을 어두운 지하세계에 감추어버렸나. 악성 콜레스테롤이 돈의 뇌관을 막고, 흐름을 끊고, 급기야 돈을 졸도시키고 말려나보다. 그동안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황금물결의 파고가 좀 잔잔해지려나. 돈 돈 돈 하던 사람은 머리가 돌고 덩달아 세상도 돌아 물질이 정신으로 권한을 넘겨 줄 때가 온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인간은 수백만 년 전부터 두 발로 걸어 다녔다. 그 결과 하반부가 빠르게 진화하여 돈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달려가 물질에 온몸을 바친 건 아닐까. 이제 진화의 중심이 아래에서 위로 옮겨가야할 때.
머리를 땅에 박고 두 팔을 지지대로 걷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 어쩌면 동작이 느릴지라도 발의 힘을 빌릴 때보다 ‘생각하는 갈대’의 땅에 빨리 도달할지도 모른다. 진화의 화살표가 상반부의 머리로 겨냥하면 ‘빠름의 미학’이 인문학 키워드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 보다 지적이고 제대로 된, 품격 있는 인간이 나오리라 한껏 기대된다. 사람 격의 잣대가 돈이 아닌 인품. 이상향이자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 人間’이 바로 이곳. ‘부잣집 도련님’들은 이런 삶이 허탈하겠으나 돈 없는 소시민들은 이자 받는 건 꿈꾸지 못해도 정신을 플러스 할 수 있으니 그나마 살만한 세상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사막에 소낙비 쏟아지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믿거나 말거나.